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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11 떠돌이새와 나그내새들에게 고향 같은 곳 : 우포 여행기

지난 늦은 겨울에 경남 창녕군으로 여행을 갔습니다.

창녕군에는 우포라는 늪지대가 있습니다.

우포는 습지로서 새들의 먹을 거리가 많이 살고 있어,
나그내새들과 떠돌이새 그리고 텃새들이 어울려 사는 곳이 있습니다.


우리의 숙소는 작은 시골 초등학교 부지에 마련된 도자기 공방이였습니다.
오랬동안 호흡을 맞춘 오누이가 운영하는 곳입니다.

그날 점심 서로 서먹한 마음을 손수 오누이가 만든 손수제비를 먹으며 풀었어요.

점심을 먹고, 가이드 형님과 창녕에서 유명한 마늘 밭을 거닐었습니다.

이른 봄인데요. 창녕의 점심무렵은 따뜻했어요. 저 멀리 할매 한분이 마늘 밭고랑을 이고 있었고.

형님이 저에게 할매에게 마늘은 언제 캐냐고 물어보라셨죠. 저는 대뜸 할머ㅔ... (할머니라고 하려다 할매라고 중간에 말을 바꾸는 바람에 이렇게 말이 나왔지만... 할매가 귀가 밝으신지, 5월경에 캘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죠. ^^

그분과 밭고랑을 걸으며, 그분의 귀향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젊은 시절 영어를 아주 잘해서 대기업에서 해외 영업비슷한 일을
하시다, 큰병을 얻으셨었데요. 그렇게 아프면서 많은 생각을 했고, 다행히 건강을 찾으면서, 귀향을 해서 정말 하고 싶었던일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일이 고향의 아름다움을 설명해주는 가이드였다고 하네요. 그분의 특기인 영어를 살려, 해외의 많은 여행객들에게 영어로
우포의 아름다움을 다양하게 설명해주는 일을 하고 계시는 것이였어요.

이런 이야기들을 해주시며 그분이 가장 많이 한 단어는 '행복'이였어요.

글쎄? 누구나 행복을 꿈꾸지만... 과연 나는 지금 어떻게 행복의 양을 생각하고 있었는지 ...
같이 걷는 동안 잠깐의 침묵의 시간이 난 이유는 이런 생각을 했기 때문이였지요.

...

점심 산책 이 후 여행객들은 공방에 서로 모여 토기를 빚기로 했습니다.
오누이중 누님이 토기 선생님이셨어요.

몇가지 실수안할 수 있는 방법을 듣고, 열심히 토기를 만들어봤습니다.

저는 커피 내리는 그릇과, 컵을 빚었는데, 지금도 창녕에서 천천히 마르고 있을 겁니다.
토기가 구워지려면, 한 가마를 채울 만큼 양이 만들어져야 구울 수 있다고합니다.

... 시간은 흘러... 어렵사리말랑말랑했던 황토에서 그릇의 모양으로 변한 그 녀석들은 저의 손을 떠났어요.

앞으로 토기가 구어지는 동안 뜨거운 불을 이겨낼 수 있으면, 조만간 저희 집으로 배달될 수 있지요.
과연 저의 손길로 만들어진 커피 그릇들이 유약을 쓰고, 불을 이겨내서 이쁘게 구워진다면
정말 좋겠는데... ^^

토기를 만들고 우리는 내일 비가 올수 있다는 일기예보를 듣고, 비오기 전의 우포를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해지기전에 도착을 해서, 우리보다 이른 저녁을 먹고 있는 새들을 봤어요.

우포에는 세가지 새들이 있더라구요.


나그네새

떠돌이새

그리고

텃새



"굳이 비유를 사람을 돌려보면, 나그내새인 우리 여행객들은 텃새인 가이드님과 오누이분들을 이틀로 비유를 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지금 글을 쓰며 해보네요. ^^"

*미처 설명을 못했지만, 전라도에서 이주한 토기굽는 오누이분들은 이곳 경상도에 정착을 하셨더군요*


어쨋든 살면서 이렇게 많은 새들을 하루만에 보기는 처음이였어요. 고니, 왜가리, 잘 기억안나는 많은 새들이름...
^^

우포를 가로지르는 재방길을 걸으며, 저멀리 빨간 태양이 우포의 표정을 매초마다 바꿔주고 있었어요.

가이드님은 정해진 재방길 말고도 습지의 풀들이 우거진 길들로 우리를 인도했어요. 재방길과 달리 우포의 땅은
폭신폭신했어요. 세상에 이런 땅도 있구나?


이래저래 다니다보니 막차 버스를 놓쳐서, 별수 없이 오누이의 동생분인 한 형님이 1톤 트럭을 몰고와 우리 여행객들을
뒤 화물칸에 싷고 공방(숙소)로 대려다 주셨는데, 그 트럭에서 느껴졌던 바람과 빠르게 지나가는 시골마을의 냄새들은
숨쉬는 감각이 이런 것이구나를 강하게 일깨워줬어요. ^^ 물로 좋은 냄새보단... 소의 향기,.. 가... ^^

* 참 이번 여행은 모든 이동수단이 지역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여행이였어요. 그래서, 지역의 마을 버스, 직행버스, 택시를 이용했지요.

숙소에 와서 늦은 저녁을 먹고, 지역의 별자리 전문가 님이 오셨어요. 별을 설명해주시는데,
날이 그리 화창하지는 않아서 서로들 스마트폰 별자리 어플로 카시오페아, 북두칠성, 쌍둥이 자리등을 찾기 시작했죠.

그날처럼 별자리를 열심히 찾아본게 없었는데... ^^ 덕분에 목운동은 충분히 했어요.


이렇게 별을 보고 깜짝 파티가 있어어요.

여행사 가이드님들이 막걸리 두말을 준비한 것이죠. ^^

창녕 막걸리와 오누이가 준비한 음식들로 우리들은 잔치를 할 수 있었어요.
아까까지 서먹했던 자리가 마치 흔들지 않은 막걸리였다면, 시간이 지날 수록 흔들어 서로 구수하게 섞인 막걸리 한잔 같았어요.
술을 잘 안하는 저도 그날은 많이 마셨어요. 앞에 있던 이쁜 아가씨의 권유가 가장 크긴 했지만 ^^

그분 커플로 오지만 않았다면... ^^


그외 깜짝 게스트들이 많이 오셨는데... 이부분은 공개 안하려구요. ^^ ㅎㅎㅎ


그렇게 밤을 보내고, 다음날 저는 먼저 일어났어요. 일어나보니, 가랑 비가 오고 있었구요. 아직 아침 일정까지는 시간이 많아서 동내를 돌아보기로 했지요.

문을 열고 보니, 어디서 문간방 문여는 소리가 들려 그쪽으로 가보니, 딱따구리가 소나무를 쪼는 소리였네요.

그소리를 따라가보기는 했는데, 딱따구리는 못봤어요. ^^


아침 산책 후에 아침을 먹고 우리 일행들은 비오는 우포를 보러 출발했습니다. 택시를 타고 우포의 깊은 곳을 걷기로 했어요.

그날아침은 우포지역에서 오래사신(일제시대 재방을 쌓던 일도 하셨던) 할아버님의 우포 설명을 듣기로 했습니다.
어르신의 이야기는 책에서와 완전히 달랐어요. 우포에서 먹을 수 있는 열매들 새들이 줄어든 이유를 농사와 연관해서 설명
하는 부분들이 기억에 남았지요.

아쉽게도 어르신 연세가 있으셔셔 우포 횡단까지는 함께 하지 못하고, 여행자들과 가이드만 가게 되었습니다.


그 길들은 물론 재방길이 아닌 새들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였지요.

가이드님이 어제 말했던 말을 다시 꺼냈어요. 오늘 맨발로 우포를 걸어보실 분... 하고 제안을 한 것이지요.

비도 오고 약간 으슬으슬한데, 과연 맨발?^^

...


잠깐의 고민 후 저는 동참

안하기로 하고, 젊디 젊은 친구들은 맨발을 위해 양손에 신발과 양말을 손에 들고 쫄래쫄래 길을 따라갔지요.
물론 춥긴 해도 우포의 땅은 푹신한 편이였어요. 그날은 질퍽함이 추가되었지만... ^^

그렇게 어려운 길을 정말 열심히 걸었어요. 신발과 바지 밑단은 온통 진흙 투성이였지요.

그렇게 어렵게 가고 나서, 마지막으로 물고기 잡는 배를 몇명 지원해서 타기로 했어요.

저는 아마 세번째로 탔을 거에요. 가이드님이 직접 막대기로 배를 미는데, 어랏 타보니 배의 반이 물에 잠겨있더라구요.
점차 배가 한쪽으로 기울어 가는데, 다음에 누가 탄다면 반드시! 그 배는 가라않을 것 같았는데...

다행히도? 제가 마지막 승객이였어요. ^^;


우포를 걸으며 들은 말 중 기억나는 것은...

그 우포는 사람들이 삶의 터전이라는 점이였어요. 할아버지의 말해주셨던... 이야기인데.
배고픈 시절 열매를 주기도 하고, 고마운 곳이지만, 우포도 사람의 손길 발길이 있어야, 우포가 썪지 않는다는 말이였죠. 사람도 그 큰 생명의 순환과정의 한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였는데, 참 가슴에 오래 남는 말이였어요.


한 두세 시간 동안 열심히 비와 함께 걷고, 점심 매뉴를 들으니 힘이 나더군요.

창녕의 유명한 붕어 매운탕 집이였습니다. 역시 우포를 나와서도 한참을 걸었어요. (물론 우비를 챙겨입었지만, 우비가 비를 조금 튕겨내지, 비를 안내리게 할수는 없었기에. 식당에 도착할 때 쯤 모두 온몸이 졌어 있었어요.

미리 준비된 매운탕이 들어서자 사람들은 열심히 맛있게 먹기 시작했어요. 저도 그때부터는 너무 집중해서 기억이... ^^

...

제가 붕어 매운탕이 너무 맛있어서 껍질까지 다 먹으니, 여행가이드 형님이... "이건 사람이 키운 것이 아니라, 우포가 키운 것입니다. "

하는 멘트가 너무 그때의 분위기와 어울려서... 나중에 식당 차리면 이 표어를 써봐야지 하고 생각해봣지요.



어려운 산행후 식사도 그렇지만, 식사 후엔 갑자기 기운이 뚝 떨어지기 마련이였고, 그날도 그랬어요.

밥 먹고, 역시 마을 버스를 타고, 창녕시내에 도착하여, 마지막 귀향버스를 기다리며, 가이드 형님과 아쉬운 인사를 나눴어요.

늦은 밤 서울에 도착하여, 서로 아쉬운 인사를 아주짦게 나누고 인상깊었던 여행을 마무리 했습니다.




** 이 여행에서 제가 궁금했던 것은 사실 공정 여행이 어떤 것일까? 였어요.

글쎄 그건 뭘까. 공정이 아니라, 어린 시절 친한 친구의 외갓집을 놀러가는 느낌이였어요.

처음 보는 친구끼리 아무 조건 없이 친해지고, 처음 오는 손님을 손자손녀의 친구처럼 반겨주는 그런...


** 누군가가 우리의 잃어버린 어린 시절의 여행방법을 찾고싶다면, 공정여행도 그 방법이 아닐까 싶네요.


** 다시  한번 저를 반겨주신. 우포의 노기돌 형님과 여행동안 같이 해준, 바닥님, 태군님께 감사드려요. ^^








떠돌이새 [ nomadic ]

나그네새 [ traveler ]




 

Posted by 고무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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